본문 바로가기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생활 도구와 기술

전기 없이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물 돌보기

전기 없이도 가축과 공존하는 삶

현대 농업 시스템에서는 전기를 이용한 자동화 장비와 조명, 온도 조절 시스템이 가축 사육의 기본 요소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기 없는 생활, 즉 오프그리드 환경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선택하면서, 가축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닭, 염소, 토끼, 소, 돼지 등 다양한 가축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기 없이도 가능한 자연형 가축 돌봄 시스템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전기없는축사 운영 원리, 자연광과 단열을 이용한 구조 설계, 수동 급수 및 사료 공급 방법, 그리고 자연적인 질병 예방 및 위생 관리법까지 포함하여, 가축과의 공존을 위한 실질적인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기 없이 동물과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과 동물의 본능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춘 생활 환경을 구성하는 철학적 접근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과 가축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농장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전기 없이 운영하는 축사

 

전기 없이 운영되는 축사의 구조적 설계와 자연환경 활용법 

 

전기 없이 축사를 운영하시려면 가장 먼저 고려하셔야 할 요소는 구조 설계와 위치 선정입니다.

전기가 없다는 것은 곧 냉난방, 조명, 환기, 습도 조절, 자동 문 등 일반적인 전력 기반 장비를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구조 자체가 이러한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축사 방향은 남향이며, 특히 북풍을 차단하고 겨울철 일조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지형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남향은 햇빛이 풍부하게 들어오며, 실내 온도를 자연스럽게 높여주는 역할을 하여 겨울철 가축의 체온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여름철에는 차양이나 넝쿨식물(예: 박, 수세미)을 활용해 햇빛을 일부 차단하면서 통풍을 유지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지붕의 경사도는 적절한 배수와 내부 공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는 단면 구조가 30~45도 경사를 이루도록 설계하며, 지붕 끝과 벽면 사이에 통풍 구멍(루버나 고정식 환기창)을 배치하여 자연 환기를 유도합니다. 여름철의 더운 공기는 위로 상승하기 때문에, 지붕 상단에 환기구를 설치하면 내부 열기 배출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열은 자연 재료를 적극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볏짚을 벽체에 채워 넣거나, 흙벽돌(어도비)이나 진흙, 톱밥을 혼합하여 외벽을 마감하시면 열손실을 줄이고 결로 현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닭이나 토끼처럼 체온 조절이 어려운 가축에게는 외부 기온을 차단해 주는 안정된 내부 온도 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조명은 전기를 쓰지 않고도 자연광을 활용하는 구조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낮 동안 빛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방향(남쪽 또는 동남쪽)에 채광창, 천창, 고창(높은 위치의 창문)을 설치하시면, 실내에 고르게 자연광이 퍼지게 됩니다. 산란을 위한 닭장에서는 자연광이 직접 닿는 곳에 산란 상자를 배치하면 산란율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닥의 경우에는 빗물 유입 방지와 배수에 용이하도록 경사를 1~2% 정도 주는 것이 일반적이며, 흙 위에 톱밥, 볏짚, 낙엽 등 유기물 층을 덧대어 마른 상태를 유지하고 악취와 습기를 줄이는 방식이 널리 활용됩니다. 이 바닥재는 발효되면서 자연스럽게 발열 작용도 일으켜, 겨울철 보온에도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설계 시 고민이 많지만, 일단 완성되면 전혀 전력을 쓰지 않고도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가축 주거 공간을 유지하실 수 있습니다.

수동 급수, 자연 사료 공급, 이동식 방목 시스템 

전기가 없는 환경에서 가축을 돌볼 때 가장 중요한 실무 요소 중 하나는 급수와 사료 공급입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므로 펌프나 자동 시스템이 불가능하며, 수동 방식 또는 중력을 활용한 시스템을 활용하셔야 합니다.

 

급수 시스템의 경우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중력 급수 방식입니다. 

100리터 이상의 물탱크를 지면에서 1.5~2미터 정도 높이에 고정하고, 그 아래로 파이프를 연결하면 중력의 힘으로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됩니다. 각 가축종에 맞는 급수 노즐 또는 물받이를 설치하면 가축이 필요할 때마다 물을 마실 수 있으며, 낭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이나 토끼는 입으로 누르면 물이 나오는 니플 노즐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물을 장기적으로 저장하실 경우에는 물탱크 내부의 위생 관리가 중요하므로, 최소 주 1회는 물을 전부 비우고 햇빛에 말린 후 새 물로 교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우물, 빗물 저장고, 계곡물 등에서 수동 양동이로 물을 길어오는 방식도 여전히 사용되지만, 이 경우 운반 거리를 줄이기 위해 가축 축사 근처에 저장고를 따로 마련해두는 방식이 유리합니다.

 

사료 공급은 전기 없이도 완전히 자급자족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풀, 건초, 마른 잎, 곡물 껍질, 채소 잔여물 등 자연에서 나오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축마다 먹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닭은 곡물과 채소 중심으로, 염소나 양은 풀과 나뭇잎 중심으로, 토끼는 건초 중심으로 구성하시면 됩니다.


사료 보관 시에는 습기와 설치류 침입을 반드시 방지해야 하므로, 밀폐형 저장통이나 뚜껑 있는 드럼통, 항아리 등을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장 공간은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 두어야 부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동식 방목 시스템은 전기 없이 사료 공급과 스트레스 관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닭, 염소, 양에게 적합하며, 하루에 1~2회씩 사육 구역을 조금씩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닭의 경우 ‘치킨 트랙터’라고 불리는 바퀴 달린 소형 닭장을 이용해 하루에 3~5평 정도씩 옮기면, 풀을 뜯고 벌레를 잡으며 활동량도 증가합니다. 이 방법은 잔디밭이나 밭의 잡초를 정리해주는 자연 제초 기능도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염소나 양은 간이 전기 울타리 대신, 이동 가능한 나무 울타리나 밧줄 울타리를 이용해 구획을 나누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실 수 있습니다. 단, 방목 중에는 포식자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개, 높은 울타리, 야간 보관 공간 등을 병행하셔야 합니다.

 

이런 자연 순환 시스템을 통해 가축이 자연의 일부처럼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게 되며, 건강과 생산성이 모두 향상됩니다. 또한 전기 없이도 가능한 이러한 운영 방식은 비용 절감 효과도 크고,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전기 없이 가축 건강하게 기르기

전기 없이 가축을 건강하게 기르기 위해서는 질병 예방과 위생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항생제나 인공 백신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가축의 생활 환경을 청결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앞서 언급한 자연 단열 구조와 함께, 축사 내 바닥에 톱밥이나 짚을 자주 갈아주는 방식은 병균 번식을 억제하는 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천연 방역제, 예를 들어 숯가루, 마늘즙, 천연 식초를 활용한 소독수 등도 자주 사용되며, 이는 피부 질환이나 장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병에 걸린 가축은 반드시 격리해 두시고, 최소한의 인력과 자재로도 치료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가축과의 정기적인 교감 시간입니다.

매일 일정 시간 가축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식욕, 배설 상태, 움직임 등을 살펴보시는 것이야말로 전기 없이도 가능하고, 가장 정확한 건강 관리 방법입니다. 이는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직접적인 생명과의 접촉이며, 오프그리드 환경에서는 이런 교감이 가축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인간과 동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결국 건강한 가축은 단지 생산성을 넘어서,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