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생활 도구와 기술, 무전력 주방의 모든 것
무전력 주방, 전기가 사라지면 무엇이 남는가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생활 도구와 기술, 무전력 주방의 모든 것은 단순히 전기 없이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개념을 넘어서 삶의 리듬 자체를 바꾸는 경험이다.
냉장고, 인덕션,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커피머신, 믹서기 없이도 주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이 실험은, 오히려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손의 감각을 되살리는 기회가 된다.
한 제주 오름 인근의 전기 없는 주택에서는 매일 아침 해가 뜨면 장작을 쪼개고, 불을 붙여 물을 데우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그 집에는 오직 화덕, 주물 냄비, 대나무 찜기, 로켓 스토브, 흙벽 안에 묻은 항아리 형태의 저장고만 존재한다.
밥은 가마솥에, 반찬은 나무도마에서 직접 다지고, 손절구로 마늘을 빻아 넣는다. 이 과정은 마치 조리 이상의 의식처럼 느껴지고, 하나의 식사가 만들어지기까지 사람의 시간과 마음이 오롯이 녹아든다.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전력 주방은 불편한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감각이 회복되는 중심 공간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 하나하나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전기의 부재를 대신하는 지혜와 기술의 응축이다.
불을 다루는 기술, 무전력 조리의 핵심
무전력 주방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불을 다루는 능력이다.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생활 도구와 기술 중에서 조리 관련 핵심은 바로 로켓 스토브와 태양열 조리기다. 로켓 스토브는 버려진 기와, 콘크리트 블록, 쇠통 등을 이용해 만들 수 있으며, 구조는 간단하지만 효율은 놀라울 정도다. 굵은 장작이 아닌 나뭇가지, 마른 풀, 종이, 대나무 조각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연료로도 700도 이상의 열을 낼 수 있고, 연기가 거의 나지 않아 환경에도 좋다.
제주 한 자급주택에서는 로켓 스토브 하나로 밥, 국, 차, 떡까지 모든 식사를 해결한다. 태양열 조리기는 더욱 극단적으로 전기를 배제한 형태다. 알루미늄 반사판, 유리 상자, 검은 냄비로 구성된 이 기구는 날씨만 맑다면 2~3시간 내에 고구마를 익히고, 빵을 구울 수 있다. 장점은 연료가 들지 않고, 냄새와 연기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조리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조차도 식사의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만들게 한다.
대체 불이 없다면?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때때로 돌로 만든 화덕이나 철솥을 묻은 흙오븐을 활용해 단열된 공간에서 오래 끓이는 전통 방식도 사용한다.
한 목수는 폐벽돌과 황토로 직접 반구형 흙화덕을 만들고 그 안에 4시간 이상 장작불을 피워 식빵과 감자를 동시에 굽는다. 이처럼 무전력 조리는 기술이라기보다 감각과 경험에 가까운 영역이다.
무전력 주방 저장과 발효의 부활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생활 도구와 기술, 무전력 주방의 모든 것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냉장 기능의 대체다.
전기 없는 주방에는 냉장고가 없다. 하지만 대신 존재하는 것이 있다. 지하 저장고, 항아리, 염장, 건조, 발효다. 경북 봉화의 한 흙집에서는 부엌 바닥 아래 땅을 깊이 1.8m 파서 2단 저장고를 만들었다.
상단은 비교적 온도가 높은 구역으로 말린 고추, 마늘, 보리차, 멸치 등을 보관하고, 하단은 저온이 유지되는 구조로 무, 감자, 김장김치, 배추뿌리 등을 넣는다.
실제로 여름철에도 8~10도를 유지해 냉장고가 전혀 필요 없다. 항아리는 중요한 저장 기술이다. 전통 장독대뿐 아니라, 땅에 묻은 발효 항아리나 뚜껑 있는 옹기는 전기 없이도 음식의 부패를 막아준다. 절인 채소, 김치, 된장, 간장뿐 아니라 쌀뜨물과 생강을 섞어 만든 수제 식초, 마늘주스 같은 발효 음료도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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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식탁은 계절별 발효로 채워진다. 여름에는 오이지와 된장무침이 주를 이루고, 겨울에는 김치찌개와 갓담근 된장국이 중심이 된다. 건조기는 없다. 대신 햇볕이 드는 마루 위엔 대나무 발 위에 나물, 표고, 감잎, 고추, 도라지가 널려 있다. 말리는 시간은 일기예보 대신 하늘색을 보고 결정되며, 그 과정은 곧 식재료와 자연이 교감하는 시간이다.
전기 없는 주방에서 냉장은 사라졌지만, 저장과 발효는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 냉장 기술은 시간의 멈춤이지만, 발효는 시간의 활용이다.
전기 도구 없는 공간이 만드는 감각의 회복
무전력 주방을 꾸리는 일은 단순히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일이고, 감각의 회복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생활 도구와 기술, 무전력 주방의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전기 믹서기 대신 사기절구, 커피머신 대신 드립퍼, 인덕션 대신 흙화덕이 자리를 대신하는 이 공간에서는 매 끼니가 노동이고 경험이다.
어떤 이는 물을 끓이기 위해 땔감을 모으고, 어떤 이는 부엌에 앉아 장작불이 이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김이 오르는 솥을 지켜본다. 한 가족은 주방 한켠에 비운 컵, 삶은 감자, 밀가루 반죽을 놓고 친구를 초대해 만두를 빚는다. 만두소는 마른 나물과 두부, 들기름에 볶은 양파로 채웠고, 조리대는 폐목재로 만든 나무 탁자다.
전기는 없지만, 주방은 가장 따뜻한 공간이 되고, 가장 많은 말과 손이 오가는 곳이 된다. 불편함은 의외로 사람을 모이게 만든다. 그렇게 전기 없이 살아가는 무전력 주방은 사람의 삶을 다시 중심으로 되돌리는 공간이 된다.
익숙한 것들이 사라지면, 느려지는 시간이 생기고, 소리와 향과 온도가 다시 감각 안으로 들어온다.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생활 도구와 기술, 무전력 주방의 모든 것은 이제 생존의 기술을 넘어, 존재의 감각을 되살리는 실험이자, 가능성 있는 미래형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