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생활 도구와 기술로 지은 친환경 주택 이야기
전기 없이 지은 집, 삶을 바꾼 작은 선택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생활 도구와 기술로 지은 친환경 주택 이야기의 시작은 대부분 작고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전기요금 고지서를 줄일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단순하고 자연에 가까운 삶은 가능할까?"
전기 없이 지은 한 주택은 경북 봉화의 산자락에 있다. 그 집은 작은 흙담을 두른 16평짜리 흙집으로, 주인은 도시에 살다가 번아웃을 겪은 후 전기를 끊고 스스로 삶의 구조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는 집을 짓기 전, 해가 드는 각도와 바람이 부는 방향, 빗물의 흐름까지 3개월간 관찰했다. 주변에서 버려진 목재와 폐벽돌을 주워와 기초를 다졌고, 벽체는 직접 짚과 황토를 반죽해 발랐다. 지붕은 처마가 깊게 뻗은 경사 지붕으로 만들었고, 겨울철 눈을 쉽게 흘려보내고 여름엔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창문은 재활용 알루미늄 창틀에 고물상에서 구한 유리창을 끼워 맞췄다.
이 집은 처음부터 전기 없이 살겠다는 목표로 지어졌기 때문에, 내부에는 콘센트조차 없다. 낮에는 큰 남향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고, 밤에는 촛불과 태양광 랜턴이 공간을 밝힌다.
이 작은 집은 단지 불을 켜지 않는 집이 아니라, 물리적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정신적 평온함을 얻는 선택의 결과물이다.
조명, 조리, 냉장까지… 실생활 도구의 구체적인 활용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생활 도구와 기술로 지은 친환경 주택에서는 모든 활동이 도구와 기술에 의존하기보단 생활자 본인의 동선과 습관 중심으로 맞춘다.
조명은 태양광 패널로 낮 동안 충전한 소형 랜턴과 셀룰로이드 오일램프, 그리고 직접 만든 밀랍 촛불을 함께 사용한다. 1시간 정도의 촛불 생활이 하루의 마무리를 천천히 해주는 역할을 하며, 불빛 아래 가족과 나누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조리는 외부 부엌에 설치한 로켓 스토브와 태양열 오븐이 맡는다. 로켓 스토브는 땔감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화력을 낼 수 있어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음식을 데우는 데 활용된다. 태양열 오븐은 알루미늄 포일과 목재 박스로 만든 간단한 구조지만, 맑은 날엔 150도까지 온도가 올라 빵도 구울 수 있다. 도시의 전기오븐처럼 빠르진 않지만, 빛으로 조리된 음식은 깊은 맛이 있고 연료도 전혀 필요 없다.
냉장 기능은 지하에 만든 2미터 깊이의 저장고가 대신한다. 겨울에는 내부 온도가 5도 이하로 유지돼 무와 배추, 감자 등 저장채소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여름에는 항아리 속 소금물에 오이나 김치를 담가 꺼내 먹는 방식으로 식재료를 보관한다. 여름철엔 아예 하루치 재료만 확보하고 당일 요리하는 식단으로 변경한다. 이런 식의 조리 및 보관 방식은 자연에 대한 관찰과 순응에서 비롯되며, 식탁 위 계절감이 그대로 반영된다.
물과 열, 위생을 처리하는 순환형 주거 기술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생활 도구와 기술로 지은 친환경 주택에서는 물과 열의 처리 역시 자립적인 구조로 설계된다.
충북 제천에 위치한 또 다른 주택은 지붕에 설치된 빗물 수집 시스템을 통해 연중 식수와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있다. 빗물은 1차로 PVC 배관을 따라 모래, 숯, 자갈 필터를 거친 후 저장탱크로 유입되며, 2차로는 중력식 정수기를 통과해 음용수로 사용된다.
화장실은 퇴비형으로, 톱밥과 함께 배설물을 넣고 외부에서 발효시켜 텃밭 거름으로 활용된다. 주방에서 나온 물은 세면대 하단에 연결된 회색수 필터 시스템으로 이동해, 식물 흡수구역으로 분산된다.
난방은 황토 온돌 구조가 중심이다. 집 외부에 설치된 간이 화덕에서 땔감을 태우면 그 열이 벽돌 구조물을 통해 바닥 전체로 퍼지고, 실내에 자연스럽게 따뜻한 기류를 만든다.
벽에는 패시브 열순환 구조를 도입해, 낮 동안 햇빛으로 데운 벽면의 열이 밤새 방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름엔 창호를 열어 북풍을 끌어들이고, 창문마다 대나무 발과 모기장을 설치해 자연 환기를 유도한다. 샤
워는 태양열 온수백을 천장에 걸어 두어 해가 드는 낮 시간에 40도 가까운 온수를 확보하며, 실외 샤워 공간은 단열 커튼과 나무 방수 데크로 구성되어 사계절 사용이 가능하다.
전기가 없다는 건 불편함이 아니라, 사용자가 더 주체적으로 에너지 흐름을 다룬다는 뜻이다.
불편함 속의 자유, 기술을 넘어선 삶의 철학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생활 도구와 기술로 지은 친환경 주택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들이 불편함을 극복한 게 아니라 불편함을 받아들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햇살의 방향을 보고 하루 일과를 결정하고, 식수통의 수위를 눈으로 확인하며, 날씨에 따라 조리 도구를 바꾸고, 계절에 따라 잠자리를 조정하는 식이다.
모든 것이 전기와 버튼으로 연결된 도시의 삶과 달리, 이들은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산다. 그리고 바로 그 상호작용이 사람을 더 민감하게, 더 생동감 있게 만든다.
어떤 이는 이 삶을 보고 불편하다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오히려 “이제야 제대로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전기 없이 살아가는 실생활 기술은 단지 대체 수단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지침서에 가깝다.
기술은 최소화하고, 감각은 최대화한다. 이들은 수동 펌프를 돌릴 때마다 물의 귀중함을 새삼 느끼고, 촛불 하나의 빛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받아들이며, 땔감을 손질하며 손끝으로 계절의 기운을 느낀다. 결국 이들이 지은 집은 물리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적 리듬이다.
친환경 주택이라는 이름 아래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생활 도구와 기술은 단지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자연 속에 조화롭게 위치시키는 삶의 방식이며, 진정한 자유를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